남미 대륙 북쪽에 있는 수리남은 한반도의 4분의 3 정도 면적에 국토 대부분이 원시림인 인구 소국(小國).
그런데 이곳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네덜란드어, 스라난통고(‘수리남말’이라는 뜻을 가진 토착어), 힌두어, 인도네시아어, 포르투갈어 등을 비롯해 10개가 넘는다.
뉴욕타임스가 23일 ‘현대의 바벨탑’으로 불리는 수리남의 모습을 보도했다. 구약성서는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는 과정에서 신의 분노를 사서 언어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고 설명한다.
수리남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은 스라난통고. 이곳에 처음 정착한 흑인 노예들이 영어를 기초로 만들었다. 수리남이 처음에는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
그런데 17세기에 영국이 당시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뉴욕과 수리남을 맞교환하면서 이곳은 하루아침에 네덜란드 식민지가 됐다.
오늘날 이 나라의 공용어는 네덜란드어다.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인구가 유입돼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인도계 이민자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힌두어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게다가 옆 나라 브라질에서 유입된 포르투갈어 사용 인구도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5만 명에 이른다. 한때는 중국 노동력도 대량 유입돼 중국어, 광둥어, 객가(客家)어(중국의 소수 민족이 쓰는 방언)까지 쓰인다.
최근에는 영어의 영향력이 확대돼 책방에는 영어로 된 책이 공용어인 네덜란드어로 된 책만큼이나 많다.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작은 나라의 ‘다중언어 환경’이 결국 국가 통합 및 정체성과 관련해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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