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中 재해 모금액 의외로 저조
사이클론 ‘나르기스’에 이어 중국 쓰촨 성 대지진까지 세계 곳곳의 재앙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미국인들이 이른바 ‘재앙 피로(disaster fatigue) 증후군’에 빠졌다고 20일 AP통신이 전했다.
인디애나대의 자선센터 집계에서 미얀마 구호를 위한 미국 내 모금액은 16일 현재 총 120만 달러(약 12억5000만 원)로 나타났다.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사태 당시의 19억 달러나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해 모은 53억 달러의 기부금과 비교할 때 초라한 성적표다.
8만 명이 사망한 2005년 파키스탄 지진에도 1억5000만 달러를 기부한 미국인들이 13만 명의 희생자를 낸 미얀마와 5만여 명이 사망한 중국 지진에는 왜 상대적으로 인색한 것일까.
이 통신은 한 가지 이유로 피해국 정부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기부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얀마 정부의 경우 유엔의 도움을 거부하는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 “군정이 기부금을 착복하는 것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게 한다.
현재 미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일단 사람들이 내놓을 현금이 모자랄 뿐 아니라 ‘잠재적인 기부자’들도 식량가격과 기름값 상승을 걱정한 나머지 우선은 자신을 위해 저축을 해두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처음에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피해 규모에 충격을 받다가도 이내 무감각해지는 본래 의미의 ‘재앙 피로 증후군’이 모금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일종의 ‘심리적 거리 두기’라고 할 수 있다. 메레디스대의 신시아 에드워즈 교수는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재난이 연속해서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그 뉴스에서 멀찌감치 피해 있고자 하는 심리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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