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의 기적’ 작은 영웅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출구옆 승객, 비상대처 숙지 문 열어
구명정 뒤집히자 60대가 3명 구조도
사고여객기 탑승 동포 “살아있는게 꿈만 같다”

15일 미국 US항공 소속 여객기가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는 순간부터 모든 탑승자가 비상탈출에 성공하기까지 사고 비행기와 허드슨 강 주변에서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가 계속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전했다.

정확한 판단력과 훌륭한 조종술로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도록 해 ‘허드슨의 영웅’으로 떠오른 체슬리 슐렌버거 3세 조종사에 대한 영웅담도 번지고 있다.

한 승객은 사고 비행기 입구에서 승객들이 탈출할 때마다 번호를 부르도록 시킨 남성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슐렌버거 조종사였다고 전했다.

슐렌버거 조종사는 구조 직후 허드슨 강 주변의 여객 터미널에서 대기하면서도 넥타이가 흐트러져 있지 않을 정도로 냉정을 유지했다고 한다. 한 승객은 “침착함의 화신”이라고 평했다.

이 밖에도 영웅은 많았다. 불시착 직전 승객들이 불안에 떨며 동요하자 비상구 옆 좌석에 있던 조시라는 이름의 승객은 비상시 대처요령이 적힌 안전카드를 꺼내 비상구 문을 여는 요령을 숙지했다. 그는 강에 불시착한 순간 벌떡 일어나 비상구 문을 열고 “여러분, 이곳으로 나가세요”라며 소리쳤다.

생후 9개월 된 아들을 안고 있던 한 여성 승객이 아들이 깔려 죽을 것을 우려해 비명을 지르자 다른 승객들은 “이동(move) 이동(move)” 구호를 외치면서 공간을 확보해 주기도 했다.

여객기를 빠져나온 승객들이 미끄러운 비행기 날개에서 구명정으로 옮겨 타는 과정에서 구명정이 뒤집혔으나 플로리다에서 투자은행을 경영하는 62세의 칼 바자리언이란 승객이 다른 승객 3명을 구해내기도 했다.

한편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재미동포 린다 한(52·사진·여·캘리포니아 애너하임 거주) 씨는 악몽의 순간을 떠올리며 “살아있는 것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며 뇌중풍으로 쓰러진 친언니를 간호하기 위해 7개월째 매달 한 차례 뉴욕을 방문했던 한 씨는 17일 미주한국일보와 미주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쿵’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떨어지자 기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승무원과 일부 승객의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머리를 숙여 의자를 붙잡고 기도했다”고 위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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