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베를린의 한 유명 쇼핑센터 벽면에는 100㎡ 크기의 초대형 광고사진이 내걸렸다. 속옷을 걸친 7명의 모델 가운데 가장 부각된 중년의 여성 모델은 다름 아닌 메르켈 독일 총리. 그녀는 최근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영향력 있는 100', 지난해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최고의 지도자 가운데 하나다.
광고 속 메르켈 총리는 연한 푸른색의 속옷 세트만 입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광고가 실제 사진 촬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점. 실제 몸매가 광고 속의 이미지와 100%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광고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깜짝 광고를 시도한 업체는 독일의 유명 패션브랜드인 'Bruno Banani'다. 속옷 브랜드가 감히(?) 독일의 여성총리를 모델로 섭외할 수 있었던 데는 '독일 경제를 살리겠다'는 독특한 명분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는 최근 강력한 소비 진작책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를 폐기하는 사람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중고차 현금 지급안'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 소비캠페인을 펼치자 발 빠르게 속옷 업체가 이를 따라하고 나선 것.
이 회사는 입지 않은 오래된 속옷을 가져오면 새 속옷을 구매할 때 7달러 할인해 주겠다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대담하게 독일총리를 모델로 기용할 구상을 했고 실제 "속옷 판매가 늘면 국가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는 논리에 올해 55세의 여성총리가 수긍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야하지도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은 속옷 광고에 독일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일부시민들은 "광고 속 모습이 실제보다 더 낫다"는 반응까지 내비칠 정도.
대신 독일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총리의 이번 캠페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광고에는 메르켈 외에도 국회의원이자 외교장관인 프랑크 슈타인마이어(Frank Walter Steinmeier, 메르켈 총리 오른쪽 남자)는 등이 참여해 독일 정부가 어느 정도 소비증진을 꾀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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