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1970년대 초 유행한 가수 남진의 히트곡 ‘마음이 고와야지’의 한 구절이다. 이 가사처럼 얼굴이 아닌 마음만 보고 미녀를 뽑는 대회가 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사우디아라비아 ‘미스 품행’ 선발대회다. AP통신은 9일부터 열리는 이 대회의 독특한 미인 선발 기준과 뒷얘기를 소개했다.
미스 품행은 사우디 전국 각지에서 출전한 후보들이 10주 동안 합숙하며 무슬림 여성으로서 갖춰야 할 미덕을 평가받는 행사다. 15∼25세 무슬림 여성이 참가할 수 있으며 주요 평가 기준은 부모에 대한 공경과 헌신이다. 이들은 내적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강의에 참여한 뒤 시험을 치른다. 어머니와 함께 하루 동안 시간을 보내며 어떻게 교감을 쌓는지 등도 평가받는다. 7월 최종 우승자 1명과 차점자 2명에게 각각 상금 2600, 1300달러와 상품을 준다.
후보들은 얼굴, 몸매 등 외모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미인의 기준이 오로지 품행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이슬람 전통에 따라 공식행사에 나올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통의상 차도르를 뒤집어쓰고 절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출전자 가운데 뚱뚱한 여성들도 눈에 띈다고 AP는 전했다. 지난해엔 참가자가 75명에 불과했지만 올해엔 200명가량이 응모해 사우디 여성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미스 품행은 인터넷, TV 등을 통해 서구 대중문화가 최근 이슬람권 국가에 확산되는 것에 반발해 생겨난 대회라고 AP는 지적했다. 이 대회를 만든 카드라 알무바라크 씨는 “여성의 몸매와 얼굴만 미인의 평가 기준으로 삼는, 타락한 다른 나라의 미인대회와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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