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복역 60대 日 무기수 DNA 재검사서 결백 판정

“잃어버린 내 청춘을 돌려다오”

살인 혐의로 19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가 유전자(DNA) 재검사에서 결백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체포당시 40대였던 그는 이미 환갑을 훌쩍 넘어버린 나이가 됐다.

1991년 12월 어느 새벽. 유치원버스 운전사였던 스가야 도시카즈(菅家利和·62) 씨는 1년여 전 발생한 4세 여자 어린이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됐다. 그리고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옷에 묻은 체액이 스가야 씨의 것이라는 DNA 검사결과를 들이밀었다. 그는 처음엔 범행을 인정했으나 재판 도중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1993년 7월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일본에서 DNA 검사결과를 유력한 증거능력으로 인정한 첫 판결로 화제가 됐다.

스가야 씨의 두 차례 항소는 모두 기각됐고 꼼짝없이 감옥에서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끈질긴 노력으로 최근 DNA 재검사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각각 추천한 감정기관 2곳 모두 8일 “피해자 옷에 묻은 체액은 스가야 씨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과학기술의 진보 덕분이었다. 당시 DNA 검사는 틀릴 확률이 800분의 1이었으나, 이젠 47조 분의 1로 사실상 틀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스가야 씨와 변호인단은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언론은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19년 감방살이로 60대 중반을 향하는 그에게 재심이 받아들여지고 무죄가 밝혀지기까지는 또 많은 세월이 지나갈 것이다.

그는 DNA 재검사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나는 결백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감옥에서 나가고 싶습니다. 부모님 묘소를 찾아뵙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변호인단이 전했다. 변호인단은 스가야 씨가 한때 범행을 자백한 것과 관련해 “잘못된 증거에 떼밀려 자백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과거 DNA 검사결과를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했던 판결에 대해 재검토 요구가 잇따르는 것은 물론 자백의 증거능력 범위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