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만 보지 마세요”…獨총선 후보 ‘야한 벽보’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위트넘쳐” “수치스럽다” 반응 엇갈려
독일 총선을 6주 앞둔 가운데 가슴골이 선명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사진이 담긴 선거 벽보가 ‘무덤덤한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이 사진을 내건 주인공은 베를린의 한 지역구에서 다선의 녹색당 의원에 도전하는 기민당(CDU)의 베라 렝스펠트 후보(57). 사진에는 메르켈 총리와 렝스펠트 후보가 앞가슴이 깊이 팬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나란히 서 있고 메르켈 총리 가슴 위로 ‘우리는 줄 게 더 많은 사람들’이라는 글이 겹쳐 있다.
렝스펠트 후보는 지역구 750여 곳에 이 벽보 사진을 게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렝스펠트 후보는 현지 뉴스채널 N24에서 “벽보를 보는 열 명 중 한 명이라도 내 정책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런 벽보사진을 붙이는 것이) 그냥 거리를 다니면서 유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유권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렝스펠트 후보는 “메르켈 총리에게서 사진 사용을 사전에 허락받지는 않았다”며 “허락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그 사진을 사용하려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DU 측은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CDU 여성위원회 마리아 뵈머 위원장은 “성을 파는 낡아빠진 캠페인”이라고 렝스펠트 후보를 맹비난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나뉘었다. 렝스펠트 후보 블로그에 글을 올린 ‘알렉스’라는 누리꾼은 “위트가 있다”고 했으나 ‘레나’라는 누리꾼은 “수치스럽다. 여성이 명석한 말과 생각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가슴으로 주의를 끌어야 하다니 슬프다”고 말했다.
선거벽보에 실린 사진은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4월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했을 때 찍은 것이다. 평소 스타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메르켈 총리였던지라 파격적인 옷차림이 화제가 됐다. 당시 영국 타블로이드판 신문 ‘데일리 메일’은 ‘메르켈의 대량살상무기’라는 유머러스한 제목을 달았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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