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소'라 불리던 여배우 사카이 노리코(38)가 결국 각성제 복용 동기, 시기 등을 경찰 조사에서 털어놓았다고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일본 경찰은 그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각성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카이는 그동안 각성제 복용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경찰이 정밀감식을 통해 자택에서 발견된 흡입기구에서 자신의 DNA까지 검출하자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듯 "지난달 자택에서 사용했다"고 털어놓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이는 소변 검사에선 이상이 없었으나 모발 검사를 통해 각성제를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그동안 각성제 소지 혐의가 적용돼 왔으나 이 같은 증거가 제시되면서 24일 각성제 사용 혐의가 추가됐다.
특히 사카이는 남편 다카소 유이치(高相祐一·41) 씨가 3일 각성제 소지 혐의로 체포된 직후 잠적하면서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그는 남편의 체포에 충격을 받아 아들과 함께 사라진 뒤 실종된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후 일본 경찰은 같은 혐의로 그를 지명수배했다.
수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자 일본은 물론 중화권에서도 인기를 모으던 톱스타 사카이는 이미지 추락과 함께 광고주들의 엄청난 손해배상 청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카이는 8일 도쿄 경시청에 자진 출두한 뒤 "지난해 여름 남편의 권유로 몇 차례 흡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지난해 여름 이전에도 흡입한 적이 있다"고 번복했다.
사카이의 남편인 다카소 씨도 "4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각성제를 복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남편의 권유'를 강조한 사카이의 주장과 달리 "아내가 혼자서도 각성제를 흡입했다" "아내에게 너무 많이 복용한다고 만류한 적이 있다" 등 상반되게 진술했다.
1986년 데뷔한 사카이는 영화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며 웃는 얼굴이 매력적이어서 '일본의 미소'라고 불리는 일본의 대표적 톱스타다. 평소 깔끔한 이미지로 일본에서 최근 실시된 법원의 재판원 제도 홍보모델로 기용되는가 하면, 도요타 등 대기업 광고모델로도 활약해 일본 사회의 충격은 더 크다.
특히 1993년 10월 '마약 및 각성제 남용 방지 센터'가 주최한 약물 남용 방지 행사에 게스트로 출연해 청소년들에게 '마약에 손대지 말라'고 호소한 경력도 있다. 4년 전부터 각성제를 상습적으로 복용했다면 환각 상태에서 TV, 영화 등에 출연하며 이중생활을 한 것도 확실해졌다.
사카이는 각성제 복용 동기에 대해 "흥분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연예계 활동으로 인한 피로도 날려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처음엔 남편을 통해 각성제를 접했더라도 이후에는 중독 증세를 보이며 스스로 탐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찰은 또 사카이가 그동안 친분 있는 연예인들을 초청해 여러 차례 파티를 주최한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그가 일본 연예계에 각성제를 암암리에 확산시킨 주범일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카이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도 조사 중이다.
일본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마약에 취한 부부 슬하에서 자랐을 어린 아이가 불쌍하다" "몇 년 수감 생활을 한 뒤 출옥하면 또 연예계에 복귀할 것이 분명하다" 등 차가운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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