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는 1년 6개월 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놀러 온 이름도 국적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과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낸 뒤 아기를 낳았다는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카렌(27)이라는 이름의 이 금발 미녀는 동영상에서 젖먹이를 안고 "아기 아빠에게 아이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서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카렌은 아기 아버지가 연락할 수 있도록 이메일과 홈페이지 주소도 남겨 놓았다. 홈페이지에는 카렌 모자가 집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카렌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동영상은 조회수가 수백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수천만 건의 응원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아버지 역할을 저버린 남성을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다.
그러나 카렌이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아기 엄마는 덴마크 휴대전화 광고와 '국경 없는 의사회'의 공익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는 디테 아른스 요르겐센(29)이라는 배우였다. 카렌이 자기 아들이라고 안고 있던 젖먹이도 남의 집 아기였다.
'카렌'이 배우 '디테'와 닮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디테는 13일 덴마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동영상 속의 카렌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누가 제작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 후 동영상의 진위를 놓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덴마크 관광청은 더 버티지 못하고 이날 현지 방송 뉴스를 통해 문제의 동영상 내용이 모두 가짜이며 이는 '입소문 마케팅(viral marketing)'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실토했다.
덴마크 관광청 측은 "154개국의 수백만 명이 우리 동영상을 봤다. 이것은 캠페인 동영상으로서는 세계 기록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덴마크를 홍보하기 위해 왜 하필 술에 취해 피임도 잊은 채 즉흥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여성의 이야기를 내세웠을까. 이에 대해 관광청 측은 "우리는 성숙함에 대한 아름다운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다"며 '자유로운 사회에 사는 여성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관광청 측은 "유튜브에는 진짜도 올라오고 가짜 이야기도 올라온다. 우리는 뉴미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한 것이다. 언제까지나 안데르센('인어공주'를 쓴 덴마크의 동화작가)만 떠들 텐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국가 이미지를 먹칠하는데 혈세를 썼다"고 관광청을 비판했다. 동영상에 '감동먹었던' 각국의 누리꾼들도 "섹스 관광 홍보물 같다" "거짓말로 사람 감정을 가지고 놀았다" "덴마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며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덴마크 누리꾼들은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덴마크 관광청은 결국 15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문제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