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으로 서울에 온지 벌써 1년반이 지났다. 그동안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타향살이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어려움을 재미로 바꿔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살이를 그런대로 즐겨왔다.
젊은 친구와 얘기하다 보면 겉으로는 문화적 사회적으로 일본인과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삶 깊숙이 들여다 보면 다른 것이 훨씬 많이 눈에 띈다.
요즘 내가 문화적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한국인들이 체면에 너무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물론 체면은 일본인들도 중요시해 왔지만 한국인들은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사람, 특히 젊은 사람 중에는 힘든 일은 기피하면서도 출세욕만은 남들 못지않게 강한 경향이 있다. 사회에서 제대로 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힘들고 재미없는 수행과정은 제쳐두고 빨리 무슨 직함을 갖고 싶어 한다. 일본에서는 기업체 과장이나 차장급이 되기까지는 입사 후 오랜 기간을 요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나이가 얼마 안되는데도 「대리」 「과장」일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앞과 뒤, 위와 아래, 귀(貴)와 천(賤)을 철저히 따진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 싶으면 그것을 과시하려고도 한다. 이것은 곧 권위주의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학교만 해도 이를 잘 엿볼 수 있다. 자기 의견만을 강조하고 학생들의 의견은 수용하지 않으려는 교수,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고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무직원…. 나에게는 이들이 직위의 본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런 의식구조가 사회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고 하면 지난친 말일까. 유연성의 결여는 곧 다양성의 부정으로 이어진다. 한국사회가 다양성 측면에서 떨어진다고 느끼는 외국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의 부정이 사회발전의 싹을 없앨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과 「위」와 「귀(貴)」를 열심히 지향하는데 사회의 경직성은 높아진다면 답답한 일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변해갈지 지켜보고 싶다.
기무라 요이치로<연세대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