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특유의 친절­情에 흠뻑 빠져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09분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 대한 내 생각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스위스의 한 호텔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한국 친구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졸업 후 한국에서 일할 수 있었던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

1년여전 서울에 와 살면서 여러가지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위계질서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다. 직장에서의 엄격한 상하관계, 사회적 지위와 직함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인 호텔 백화점 등에서 옷차림이나 상대방의 외모에 따라 점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은 가끔씩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한다.

한국인은 유난히 외국인들에게 친절하다. 거리에서 길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물건을 살 때 항상 친절히 안내해주거나 도와준다. 하지만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외국인을 대하는 것처럼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주말이나 휴일에 가끔씩 남대문 시장으로 구경을 나간다. 가장 서민적인 한국인의 삶을 느낄 수 있고 여러가지 볼거리 먹을 거리가 나를 즐겁게 만드는 곳이다. 한국인은 정이 상당히 많다. 영어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단어중 하나인 ‘정’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물건이나 음식을 살 때 덤으로 하나 더 주는 아주머니의 후한 인심, 하찮은 음식이라도 함께 나눠먹는 미덕 등.

서양에서는 식사에 초대됐을 때에도 자기가 먹을 음식은 어느 정도 챙겨간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점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한국인의 생활방식의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머물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지말고 그냥 부닥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인은 일단 알게 되면 마음이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한국의 문화 전통 심지어 날씨까지사랑하게됐다. 한국의 겨울은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과는 좀 느낌이 다르다. 겨울이지만 가끔씩 따스한 햇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이제는 식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김치의 독특한 맛도 한국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다.

나는 한국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한국인을 사랑한다. 한국의 관습과 행동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성의껏 답해주는 주위의 동료들과 낯선 나라에서 외롭게 지내는 이방인인 내게 항상 친절히 대해주는 한국인들.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반한 나는 한국 여인과 결혼도 하고 기회가 주어지는 한 한국에 계속 머무를 생각이다.

스테판 맥거우<서울힐튼호텔 지배인 연수생>

◇약력

△72년 캐나다 출생 △캐나다 스트래스클라이드대졸업 △스위스‘레 로쉬’호텔학교 연수 △98년∼현재 힐튼호텔 지배인과정 연수생

‘한국에서 살아보니’는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보고 느낀 한국사회 한국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난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분은 그 내용을 영문(A4용지 1장)이나 한글(2백자 원고지 8장분량 이내)로 적어 팩스(02―361―0444) 우편(우편번호 120―715,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139 동아일보 편집국 기획팀 ‘한국에서 살아보니’ 담당자 앞), 또는 E메일(reporter@donga.com)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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