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볼에 뽀뽀해주는 천진한 아이들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29분


미국에서 교편생활을 하면서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는데 관심이 많았다. 남편과 사별하고 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한 뒤 내 인생에 변화를 줄 생각을 하던 차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새로운 생활에 대한 흥분과 함께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내 결정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은 없다. 4년 가까이 서울에 살다보니 이제는 이곳이 제2의 고향이 됐다. 한국인들은 마음이 따뜻해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무엇인가 도와주고 싶어한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교사생활을 통해 사회 문화 교육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레 ‘어린이는 어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서나 아이들은 똑같다. 한국 아이들은 활기가 있고 늘 호기심이 많아 끊임없이 무엇이든 배우고 싶어한다. 또 열성적이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학업이 뒤져 교사의 관심이 필요한 어린이들도 있지만 아이들이 선생님께 보내는 사랑은 한결같다.

솔직히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린이들은 영어 어휘력이 부족해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꼭 영어를 잘 가르쳐야겠다는 욕심보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평생 배우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도록 도와주려고 애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고 영어를 배우면서 지식도 쌓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국 어린이들은 노래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 음악을 통한 교육이 효과적이다. 영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어느새 한 두마디씩 말문이 터지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가정에서도 영어 습득만을 위한 별도의 학습에 치중하기보다 아이들이 쉬운 영어로 된 그림동화책 같은 것으로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부모들이 지나치게 영어공부를 강요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영어와 멀어지게 된다.

교육방식은 미국과 다르지만 한국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건강은 물론이고 창의력이나 학습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어느 나라든 자기 자녀들이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높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무엇을 배우는지 등 부모가 관심을 많이 보일수록 아이들의 성취도가 높아지고 대화도 늘어난다. 그러나 아이에게 지나친 기대로 부담을 주기 시작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제 미국에 갔다가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마치 고향땅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항상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 우리 반 아이 하나는 아침마다 ‘굿 모닝’ 인사 대신 살금살금 내 등 뒤로 다가와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으로 애정을 표시한다. 다른 꼬마는 아침마다 내 볼에 키스를 해준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한국의 학교에서 이런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미국에 가도 이 소중한 기억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약력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출생 △네브래스카대 졸업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육학 석사 △66∼95년 캘리포니아주 초등학교 교직생활 △95년∼현재 서울 영훈초등교 교사

해리어트 노리스<서울 영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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