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프레드릭 비용/정보부재가 부른 '낙선운동'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총선연대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시민단체들이 총선을 앞두고 낙선 낙천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처음 언론보도를 통해 이런 움직임을 보고 사실 조금 놀라웠다. 총선연대가 낙천대상 정치인들 명단을 공개한 뒤 여론의 변화와 그 역동성이 매우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약간의 미묘한 감정도 느낀다. 이 같은 명단 발표는 시민들에 대한 정치권의 책무를 깨우쳐 줌으로써 정치개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몇몇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정부기구(NGO)의 요구는 정치적 실망을 경험한 시민들에게서 나온 것이고 모든 시민은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들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시민 각자는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사실상 투명한 정보가 모자라는 것이 문제다. 시민단체들은 대중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 여기에다 거대한 변화의 물꼬가 없으면 자생적인 개혁을 이끌어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이유가 됐을 것이다.

사실 세계의 모든 NGO들은 불만족스러운 제도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활동한다. 총선연대가 낙천 낙선명단을 발표한 이후 찬반논란에 직면한 것은 아직 한국정치권의 현실이 충분하고도 투명하게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프랑스의 NGO들은 정치적 논쟁에 깊게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과 행동은 환경보호 소비자 농민 문화운동 등 사회적이거나 인도주의적인 분야다. 이들 시민단체의 활동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프랑스의 NGO들은 제3세계 국가의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적 구호 NGO활동에 열정적이다. 프랑스에서 출발해 세계적 NGO가 된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대표적인 제3세계 인권보호를 주창하는 시민단체다.

정치가들은 자신의 이익과 시민들에게 점수를 얻기 위해 NGO를 중요하게 여긴다. 프랑스 정치인들은 NGO들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 애쓴다.

예를 들면 제3세계 출신 장기 이민자 권익보호에 적극적인 NGO들은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정치인들에게 훌륭한 후원대상이 된다. 이들 NGO는 민족차별주의에 대항해 제3세계 출신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인들은 프랑스 일반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들 단체에 도움을 줌으로써 자신들의 이미지를 높인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시민단체 중 하나는 1985년에 유명한 코미디언 클루세가 만든 ‘사랑의 식당(Restos du Coeur)’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파리의 거리에서 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것에서 출발한 이 단체는 지금 3만여명의 자원봉사자를 가진 커다란 조직으로 발전했고 작년 한해에만 5만회 이상의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재정적인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택 마련에서부터 학업 지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프랑스 시민단체들의 이 같은 활동은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이 같은 압력단체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간 유대가 강한 한국과 달리 프랑스의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부족한 유대감을 보완해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고 유지시켜 준다.

시민단체는 개인자격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를 대변해주는 사회의 대변자인 것이다.

프레드릭 비용 <라파즈코리아석고 전략기획 담당이사·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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