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정보기술의 선진국이다. 빌 게이츠가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의 첨단기술에 대해 칭찬했던 일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마케팅전문가로서 이러한 정보기술이 좀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마케팅에 기여하리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미국선 정보공유-매매 허용▼
특히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이 기업문화를 지배하는 한국에서 고객정보 관리는 해당 재벌 계열사 모두에 천혜의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함으로써 재벌들은 고객 정보를 적절하게 걸러내어 그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재벌 계열사의 한 고객이고, 그리하여 그 계열사가 당신에 관한 정보를 같은 재벌의 다른 기업들에도 나눠준다면 이 기업들도 당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업은 당신에 관한 정보를 통해 좀더 당신이 갖고 싶어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고객은 고객대로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만족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빗나갔다.
이는 앞에서 말했던 정보화시대의 또 다른 단면인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 부분이 한국과 미국이 서로 다른 점이다. 즉 한국의 법에 따르면,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내 계열사간에서조차 고객의 동의없이 고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는 계열사간 정보 공유는 물론 심지어 제3그룹으로부터 정보를 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미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것이다.
미국 기업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 AC닐슨 같은 마케팅 리서치 기업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합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그렇다면 미국 소비자들은 정보화시대의 또 다른 뜨거운 감자인 프라이버시를 포기한 것인가. 물론 아니다. 오늘날에는 기업 자체가 프라이버시 정책을 규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 정부가 이러한 문제에 개입하는 경우는 아주 극단적으로 프라이버시 문제가 대두되는 경우에 국한된다. 가령 파산위기에 놓인 기업이 자기 고객의 정보를 파는 경우가 그것이다.
기업과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마케팅이다. 기업들은 정보를 올바르게 공유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선택한 채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기업은 바로 이것을 추구한다. 미국 기업은 개인의 정보를 사용하는데 고객으로부터 매우 구체적인 동의를 얻어내려 노력한다. 즉 미국에서는 고객들이 원하는 마케팅이 무엇이며, 어떠한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기를 원하는 지 파악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을 주로 사용한다. 이에 따라 기업과 고객은 서로 정보화시대의 수혜자로 남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고객만족 마케팅 막아서야…▼
문제는 ‘기업이 어떻게 이러한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해답은 ‘기업은 고객이 시간적으로나 비용면에서나 손실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완전히 고객에 의존하기 때문에 각 기업은 이를 통해 그 타깃이 되는 고객이 무엇을 중시하는 지 알 수 있다. 모든 이들은 각기 다른 정도의 수준으로 자기에 관한 정보를 포기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은 정보공유의 문제가 수많은 이익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믿기에 프라이버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는 보다 고객 지향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약력:데이비드 가이어는 1972년 미국 뉴저지주 출생으로 룻거스대 산업공학과를 나왔으며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취득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및 프로시컴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한 바 있다. 태국의 출라룽쿤대에서 수학했던 것이 인연이 돼 아시아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1년 전 한국에 들어와 국내 유수의 기업들에서 컨설턴트 및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데이비드 가이어 마케팅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