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지방 출장이 잦은 나는 한국의 전통 정서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한국의 전통이 살아 있는 시골길이라든가,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 주는 정 많은 할머니들이 계시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낯선 이방인을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여 식사대접을 한다거나 마실 것을 주는 순박한 한국인들에게서 한국의 정을 듬뿍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느끼듯이, 한국인들은 친해지기까지가 어렵지만 일단 친구가 되고 나면 모든 것을 공유하고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음을 다양한 만남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제 한국에서 생활한 지 2년 반 정도. 아침 식탁에 미역국과 물김치가 없으면 섭섭할 정도로 한국생활에 적응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 가족에게 서울시내에서의 운전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양보운전이 보편화되어 있는 영국에서의 운전과 비교한다면 서울의 운전은 모험길이다. 갑자기 전조등과 함께 불쑥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도로에서 당황한 적이 많았다. 런던에서는 전조등을 켜는 의미가 ‘먼저 가십시오’라는 의미로 쓰였던 것 같다.
또 한국에서는 요즘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차안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이 늘어난다. 영국의 교통연구소 ‘TRL(Transport Research Laboratory)’의 보고서에 의하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운전자와 음주 운전자를 비교 연구한 결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운전자의 반응시간이 음주 운전자의 반응시간보다 30%나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사용 중인 운전자는 정상적인 운전자보다 반응이 0.5초 더 늦었으며, 음주 운전자보다도 0.3초가량 더 늦었다고 한다. 반응시간이 0.5초 늦다는 것은 시속 112㎞로 달릴 때 운전자가 반응하기 전 자동차가 14m가량 더 달리게 된다는 의미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받는다든지, 버스의 경우 옆 차량과 대화를 나눈다든지 하는 행동이 외국인 승객들에게는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한번쯤은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외국인이 공항에 내려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도로이며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들이다. 정 많은 한국인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을 교통문화를 통해 깨닫게 해주었으면 한다.
▽브루노 드 보니스는 누구?▽
1954년 10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4륜구동 차량회사 ‘랜드로버’에서 31년 간 일해왔으며, 중동지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재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 코리아(PAGK)’에서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브루노 드 보니스 랜드로버 코리아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