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매운 것을 그리 즐기지 않던 필자에게 한국 부임 후 직원들과 처음 들른 식당에서의 김치찌개는 말 그대로 공포였다.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빨간 고춧가루를 푼 물 속에 김치, 돼지고기, 두부가 부글대며 끓고 있었다. 과연 내가 이것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에 한 수저를 주저하며 입에 넣었다. 김치찌개 한 수저를 삼킨 후 매워서 물을 여러 모금 마셔 입안을 식히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뒤끝에 느껴지는 묘한 매력은 그날 이후 계속 입안에 남아 있었다.
그 후로는 점점 김치찌개 집을 자주 찾아가게 되고 식사량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고 말았다. 이제는 김치찌개가 주는 매운 자극이 없으면 점심을 먹은 것 같지 않을 정도라고 고백하면 주위 사람들도 놀란다.
감자탕은 어떤가. 그간 필자가 해물탕에 빠져있던 몇 개월의 시간을 마감하게 해준 희한한 음식이 또 이 감자탕이다. 돼지 뼈다귀라고 불리는 거대한 뼈와 그 사이사이에 붙어 있는 살코기, 이에 질세라 주먹만한 감자덩이가 필자 같은 외국인에게는 감히 근접하지 못할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 생활 3년에 자신만만한 도전의식을 갖고 경험했다. 그 맛이란…. 세계 어디에도 이런 재료로 이렇게 맛있는 국물 맛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그 음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 또한 그 음식의 맛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조미료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과 어울려 한국음식을 순례하러 다니기를 좋아했다.
요즘엔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휴일에 함께 할 직원이 없어도 필자 혼자 음식 순례를 할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최고급 세단을 놓아두고 필자는 전철과 버스를 갈아탄다.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또한 10여분 걷는 약간의 수고를 하면서도 한남동의 유명한 감자탕 집에 들어서면 진짜 삶의 향이 나는 것만 같다.
이제 단골이 다 된 필자를 대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자세는 한국 손님들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아저씨, 국물 더 드려요?”하는 말을 겨우 알아듣는 필자에게 가끔씩 소주 한 병씩을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맛은 인심에서 나온다는 어느 한국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야스노 히데아키는 누구?▽
194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1970년 홋카이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토요타자동차판매㈜에 입사했다. 미국 토요타자동차판매㈜ 및 일본 토요타자동차㈜를 거쳐 미국 토요타자동차판매㈜ 부사장을 역임했다. 1997년 토요타자동차에서 중국시장을 담당한 뒤 2000년부터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에 재직 중이다.
야스노 히데아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