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선/중국]오태동/'춘추전국' 중국 출판시장

  • 입력 1999년 10월 12일 18시 42분


중국에서는 개혁개방(改革開放)의 진전과 더불어 출판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출판업은 중국의 33개 투자종목 중 투자수익률 면에서 영상 컴퓨터통신 항공에 이어 네번째로 높다. 중국 독서시장의 잠재수요는 대단하다.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바로 중국어이다. 지식 정보사회로 불리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을 앞두고 출판업은 이미 중국에서 유망산업으로 부상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으며 세계 출판업계도 중국시장으로 점차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는 산롄(三聯)서점이나 신화(新華)서점 등 대형국영서점이 국가문화사업이라는 기치아래 출판시장을 주도했다. 이제는 시장경제의 바람을 타고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출판물의 내용도 다양해졌고 출판기법과 유통방식도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다. 국가재정으로 운영하던 출판계가 이젠 완전히 시장경제의 틀에 들어와 독자의 취향에 따라 내용과 유통을 전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발행되는 정기간행물 숫자는 8000종에 이르며 그 중에는 매호 300만부 이상을 발행하는 잡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아동 청소년 환경과학, 정치와 법률, 농업, 천문학과 지구과학 관련 서적들이 높은 발행부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서점에서도 사회과학류 같은 이론서보다는 외국어와 기술 경영 등 실용도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 나가 성공한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음악테이프와 컴팩스디스크, 게임용 소프트웨어, 교육용 VTR테이프와 영화까지 서점의 서가에 오르고 있다. 중국서점은 단지 책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상품 백화점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분야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제도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여과되지 않은 외래문화가 중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이 분야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를 하려면 국무원 관계부처의 허가를 받아야만 할만큼 어렵다.

이같이 높은 장벽을 허물고 마침내 얼마전 외국기업이 진출했다. 상하이(上海)에 상륙한 독일계 출판사 상하이 베텔스만 문화실업유한공사가 그것이다. 56년 북클럽을 만들어 도서목록을 배포하기도 했던 이 회사는 현재 19개 국가에 2700만명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3대 출판그룹이다. 이 회사는 97년 1월 상하이에 베텔스만 북클럽을 만들어 독서회원제, 통신판매, 다이렉트 배송 등 현대적 경영기법을 통해 중국 지식층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 북클럽은 출범 2년만에 회원이 이미 1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북클럽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책을 파는 신종기법 정도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북클럽의 의의와 편리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사한 북클럽이 속속 등장해 회원들끼리 정보교환을 하고 독서토론회를 개최한다. 둥팡서림(東方書林) 시수서옥(席殊書屋)과 같은 북클럽이 대표적이다.

세계 각지의 문화가 국경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시대다. 21세기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도 한국 문화상품을 해외에 수출한다는 차원에서 세계 문화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바로 이웃에 자리한 방대한 중국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오태동(다롄 한스문화기획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