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이징(北京) 사람들 사이에 나도는 우스개 퀴즈의 정답은 두 개다. 그 하나는 개발붐을 타고 하루가 다르게 솟아오르는 베이징의 빌딩들. 또 하나는 기름값이다.
중국은 올들어 유가를 6차례나 인상했다. 지난해에도 3차례 올렸다. 지난해 초만 해도 ℓ당 2.32위안(약 285원)이던 휘발유값이 지금은 3.37위안(약 415원)으로 45% 폭등했다. 등유와 경유도 덩달아 올랐다.
5월부터는 유가 인상이 월례행사로 됐다. 5월1일에 이어 6월5일, 7월1일, 그리고 이달 17일에 다시 유가를 올렸다.
중국 당국은 유가를 한꺼번에 인상하면 충격이 크다는 이유로 나눠서 올린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 유가가 국제가격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게 중국 업계인사들의 얘기다.
중국은 93년이래 석유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석유 수입량은 4000만t. 중국 국내수요의 5분의 1 분량이다.
중국이 국내유가를 국제가격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이유는 세가지다.
우선 국내 정유사나 석유화학사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값싼 기름값을 배경으로 국제사회에 진출해서는 영원히 외국선진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하나는 WTO가입에 대한 사전포석. WTO에 가입하게 되면 국내석유시장을 개방하게 되는데 국내회사와 외국회사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유가가 오르면 기름을 아껴쓰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이는 중국의 환경보호 및 중국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다달이 유가가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팽배해있다.
특히 타격이 큰 쪽은 택시운전사들. “사납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이들의 불평 때문에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달 슬며시 택시요금을 인상했으나 다시 승객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유가 인상은 기업들의 생산원가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중국 당국은 아직은 각종 소비용품들의 가격인상을 억제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지난 3년간 중국은 디플레로 고민해왔다. 그러나 올들어 연이은 유가인상으로 중국은 새로운 인플레시대를 맞게 됐다. 빠르면 올 가을부터 본격적인 고유가시대, 고인플레시대가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