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빌려줄게.”
“고맙지만 싫어.”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 대만 사이에 오가는 대화다.
대만중앙은행의 량첸친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대만도 10억달러 또는 그 이상을 부담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필리핀을 방문한 빈센트 스어우(蕭萬長)대만행정원장도 피델 라모스 필리핀대통령과 만나 대만이 아시아 국가에 외화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대만은 지난해 말경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도 쉬신량(許信良)주석을 보내 1백억달러 지원을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노, 생큐”.
달러가 싫은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당장 한 푼이 급해 금(金)까지 내다파는 형편이긴 하지만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기가 더 싫은 것이다.
대만이 한국에 대해서는 워낙 집요하게 ‘돈을 주겠다’는 뜻을 표하자 장탕옌(張廷延)주한중국대사까지 나서 한―대만 접근 가능성에 대해 공개경고하기도 했다.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이지메’를 당하는 가여운 이웃이다.
대만은 작년9월에도 파나마에서 열린 ‘파나마운하 각국정상회의’에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참석했으나 중국이 세계각국에 정상의 불참을 요청, 회의가 ‘정상없는 정상회의’가 되었다.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