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그의 98주기를 맞은 지난달 30일 런던 도심 한복판인 트라팔가 광장에 그의 동상이 세워진 것.
더블린에서 태어난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음에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일생동안 설움을 겪어야 했지만 마침내 무덤에서나마 한을 풀게 됐다. 이날 동상 제막식에는 그의 후손들과 함께 동성애자인 크리스 스미스 영국 문화유산장관이 참석해 “문학적 업적뿐만 아니라 와일드가 편견과의 싸움을 통해 우리 사회에 끼친 공로에 대해 감사한다”고 고인을 기렸다.
‘오스카 와일드와의 대화’라는 표제가 붙은 그의 청동 흉상은 독특한 의자형태로 만들어져 누구나 지나가다가 잠시 앉아 쉬면서 와일드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와일드는 특히 빅토리아조 영국사회의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해 영국에서 배척받았다. ‘행복한 왕자’라는 동화로도 잘 알려진 그는 1891년 만난 알프레드 더글러스경과 ‘친밀한’ 교제를 시작하면서 고달픈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더글러스의 부친에 의해 ‘남색자’라는 혐의로 고소돼 1895년부터 2년간 감옥살이를 했으며 출소후 영국사회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는 작품활동을 계속하다 파리의 한 골방에서 뇌막염으로 쓸쓸히 숨졌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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