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엔 「천하무적 인성여고」의 두 주역. 여고를 졸업한 후엔 외나무 다리위의 맞수. 그리고 다시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을 9년만에 정상에 올려놓은 동지.
정은순(삼성생명)과 유영주(선경증권)가 걸어온 농구인생은 이처럼 닮았다.
이들은 제17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한 대회에서 2명의 최우수선수가 나오는 것은 이례적.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정은순과 유영주의 활약은 뛰어났다.
예선에서 중국과 일본을 깬 주역이 유영주라면 지난 5일의 결승에서 일본을 잠재운 주인공은 정은순. 유영주는 독보적인 3점포와 드라이브인슛으로 이번 대회 득점왕(1백72점)으로 선발됐고 정은순은 결승에서 32점을 쏟아부으며 골밑을 장악했다.
이들이 같은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 실업팀 입단 첫해인 지난 90년 농구대잔치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해 나란히 신인상을 받았던 것.
정은순과 유영주는 여고3년때인 지난 89년 인성여고 황금기를 함께 일궈냈던주인공.그러나 실업팀 입단후 이들은 7차례의 농구대잔치에서 1인자의 자리를 걸고 외나무다리의 대결을 벌여왔다.
1m87의 정은순은 박신자―박찬숙으로 내려온 한국여자농구 센터의 대통을 이어받은 선수. 유영주는 김화순이래 최고의 만능선수로 불린다.
정은순은 90년 북경아시아경기 우승의 주역으로 뛰었고 유영주는 청소년 대표를 거쳐 한해 늦은 91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나란히 실업8년생인 이들은 대표팀의 최고참. 정은순은 내년 봄 결혼과 함께 코트를 떠난다. 따라서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정은순과 유영주가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무대. 이들이 느끼는 우승의 기쁨이 남다른 것도 이때문이다. 이제 이들은 다시 적으로 돌아간다. 올해 농구대잔치에서 정은순과 유영주는 다시 창을 겨눠야 한다. 때문에 승리에 대한 서로의 집념도 남다르다. 스포츠의 세계는 이래서 비정하다.
〈방콕〓최화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