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궁사, 그리고 엄마궁사. 조윤정(28·동서증권)의 존재는 이래서 이채롭다.
선수들의 수명이 유난히 짧은 것이 한국 여자양궁의 병폐.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반짝 빛났다가 곧 사라진 명궁이 허다했다.
84로스앤젤레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서향순, 90년 북경아시아경기 챔피언 이장미(대구서구청), 93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김효정(강남대)이 모두 그랬다. 96애틀랜타올림픽 2관왕 김경욱(현대정공)도 같은 케이스.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거치고도 여전히 활을 당기는 조윤정의 모습은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던 그는 3년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조윤정은 지난 95년 5월 결혼했다. 지금은 돌이 갓 지난 딸까지 있다. 연금도 최고액인 매달 1백만원. 주부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선수로서의 1인3역을 해내려면 때로는 짜증도 난다. 그런데도 그는 왜 아직 시위를 당기는가.
『바르셀로나올림픽이 끝나고 은퇴할까 생각도 했어요. 슬럼프도 있었고요. 그러나 다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려움을 하나하나 헤쳐나가고 싶기도 했고요』
「연금을 타 먹고살만 하면 그만둔다」는 따가운 시선에 대한 반발도 활을 놓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 5월18일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면서 조윤정은 남편과 딸 곁을 떠났다. 재롱이 한창인 딸 선호가 눈에 선하지만 그에겐 목표가 있다. 오는 8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 그것이다.
『활을 쏘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그리고 내 모습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요. 언제 은퇴할지는 나도 몰라요. 활을 대하는 것조차 지긋지긋해질 때, 아니면 더 이상의 목표가 없을 때 양궁을 떠나겠죠』
〈경주〓최화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