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고 있는 스포츠 이벤트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시대. 인종과 문화의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는 네트워크의 영향으로 스포츠 종목의 선호도에도 미세한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대한럭비풋볼협회는 심심찮게 걸려오는 경기방식과 규칙을 묻는 전화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인기종목으로 변변한 전용구장 하나 없는 한국 럭비의 현실에서 난데없는 럭비팬의 증가는 관계자들조차 믿기 힘든 「이상 현상」.
하지만 홍콩 스타 TV의 스포츠 중계를 보면 해답은 간단히 나온다. 영연방 국가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럭비를 매일 2∼4시간씩 방영하고 있기 때문.
협회에 전화를 걸어오는 이들중에는 학생이 가장 많고 특히 수업중 럭비에 관한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체육 교사들도 많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모터스포츠 역시 하루 6∼8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스타 TV의 중계로 인해 자동차마니아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병오 대리는 『97서울모터쇼에 국내에선 아직 대회조차 없는 포뮬러머신(F3000)을 전시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차종을 알아보는데 놀랐다』며 『이는 스타 TV 중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는 네트워크로 인해 득보다는 오히려 실이 많은 경우.
프로야구 관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6월8일까지 2백9만명)보다 17%(36만명)가 줄었다. 이는 5,6월의 일요일에만 6차례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된데다 한보 청문회 등의 영향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박찬호(LA다저스)경기의 생중계를 원인 중의 하나로 꼽는다.
지난 7일 KBS1 TV와 위성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박찬호 경기의 시청률은 11.2%로 같은 시간에 방영된 SBS대선주자 시민토론(7.2%)을 크게 앞질렀다.
이처럼 박찬호 경기가 국내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메이저리그를 접하게 된 야구팬들이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국내 프로야구에 흥미를 잃게 됐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주장이다.
〈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