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차범근감독(44). 그의 두번째 축구 인생을 결정할 고비길이 마침내 다가왔다.
6일 막이 오른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번 최종예선은 지도자로서 차범근감독의 능력을 검증받는 무대.
한국축구를 월드컵 본선에 4회 연속 진출시키느냐 못시키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의 향후 인생은 크게 달라질 전망.
차범근감독의 축구 인생을 2막으로 나눴을 때 1막은 대성공.
경신고→고려대→공군을 거치며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은 그는 78년 다소 느지막한 나이인 26세에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집결한 독일 분데스리가의 문을 두드렸다. 2부리그 다름슈타트팀에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10년동안 프랑크푸르트와 레베쿠젠 등 명문팀들을 거치며 「차붐」 「갈색폭격기」라는 닉네임과 함께 이름을 떨쳤다.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찬란한 업적을 쌓았다. 총 3백8경기에서 98골을 기록,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역대 외국선수들중 1위를 차지한 것.
89년에 은퇴, 귀국한 그는 이듬해 현대축구단 사령탑에 올라 지도자로서 제2막을 열었다.
그러나 지도자로서의 출발은 순탄하지 못했다. 91년부터 4년간 차범근감독이 거둔 성적은 91시즌 정규리그 2위가 최고 성적.
94년에는 정규리그 4위, 아디다스컵 5위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끝에 결국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유소년 축구교실 등을 운영하며 「권토중래」를 노려오던 그는 지난 1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후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하는 독특한 지도 방식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최종예선에 대비해 왔다.
차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인은 독일의 베켄바워. 베켄바워는 74년 뮌헨월드컵에서 독일대표팀의 주장으로 우승을 이끌었고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 정상을 정복한 「축구 황제」.
그렇다면 차감독도 한국축구의 월드컵 4회 연속 진출을 이뤄내며 한국의 「축구 황제」로 등극할 수 있을까. 이 해답은 오는 11월9일까지 펼쳐질 월드컵 최종예선의 결과에서 나올 것 같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