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출신 기창덕(奇昌德)박사. 기박사가 기증하는 서적은 ‘상고사’ ‘조선의보’ ‘구한말관보’ ‘선교사일지’ 등 국내의 고대의료사에서 근현대의료사까지를 망라하고 있으며 무게만 30여t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수백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첫 의사 단체인 ‘조선의사협회’에서 1930년 11월 첫 발간했던 학술지 ‘조선의보’는 기박사의 노력으로 복원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37년까지 총 7권이 출간됐지만 해방 후 국내에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 기박사는 일본을 다섯차례나 방문, 대학과 노의사들을 상대로 자료를 수집한 뒤 단행본으로 복원했다. 기박사는 영인본 2백여권을 만들어 전국 의과대학에 무료로 나눠준 바 있으며 이번에 원본을 기증하기로 했다.
48년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후 줄곧 치과의로 지내고 있는 기박사가 의학사 공부에 전념하게 된 것은 46년 해방 후부터. 체계적으로 정리된 국내 의학사가 없어 독학하기 시작하던 기박사는 74년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현재 대한의사학회(大韓醫史學會)회장직을 맡고 있다.
기박사는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후배에게 넘겨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증받은 서적들을 다음달 2일 문을 여는 의학박물관에 비치해 외부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계획이다. 1차분 8백26권은 이달 말 전달된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