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미용사원 출신 강춘화-황의경 부장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03분


가정집을 돌면서 주부들에게 피부 마사지를 해주고 화장품을 팔던 고졸 미용사원 출신의 여성 2명이 대기업 부장이 됐다.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부 강춘화(姜春花·44)씨와 미용연구팀 황의경(黃義京·42)씨. 이들은 23일 발표된 LG생활화학 인사에서 나란히 부장으로 승진했다.

강부장은 75년 미용사원으로 태평양㈜에 입사한 뒤 84년 LG로 자리를 옮겼으며 메이크업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최신 유행 화장기법을 도입하는 등 사내에서 ‘메이크업 1인자’로 인정받아왔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미용사와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땄으며 야간대에 다니면서 학사학위까지 취득한 노력파. 일과 함께 사느라 아직 미혼이다.

메이크업을 배우고 싶어도 비싼 수강료 때문에 학원에 가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저렴한 비용의 ‘드봉 메이크업 스쿨’을 운영, 사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황부장은 강부장보다 1년 늦은 76년 미용사원으로 출발해 계절 변화에 따라 ‘모노시티’ ‘스타핑크’ 등 숱한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낸 인물. 대리시절에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를 모델로 선정, 화장품 업계에 ‘소피 마르소 붐’을 일으키며 과장으로 전격 발탁되기도 했다.

강부장과 황부장 외에도 LG생활건강은 이번 인사에서 대리급 이상 여성 승진대상자 33명 중 19명을 승진시켜 학력과 성의 ‘벽’을 허물었다.

강부장은 “막상 부장이 되고 보니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며 “학력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후배들에게 보여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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