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삐삐 안내음성 이재경 이현정 송선희씨

  • 입력 1999년 3월 25일 19시 12분


『삐삐호출은 1번, 음성녹음은 2번을 눌러주십시오.』

암호명 ‘비퍼(호출기) 레이디’. 국내 모든 휴대전화와 PCS, 호출기 속에서만 만날 수있는 여인들이 베일을 벗었다.

011, 012, 015, 017, 019의 안내문 녹음을 담당하는 이재경(李在京·35)씨와 016의 이현정(李賢貞·26)씨, 018의 송선희(宋善姬·29)씨. 이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들의 귓전에 기계음처럼 딱딱한 음성을 남기고 통신선 속으로 사라졌지만 실제로 만나 듣는 목소리는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국내 비퍼레이디의 원조격인 이재경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내방송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전문성우.

10년 전 호출기 음성녹음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우연히 일을 맡게 된 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이동통신에서 목소리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 또 그의 목소리는 청와대를 비롯해 공공기관 일반회사 등 수백여곳의 전화 자동안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한솔텔레콤의 안내도우미 송선희씨도 대학 교내방송 아나운서 출신의 전문성우. 방송국 리포터로도 활동했던 그는 현재 018의 사서함 관리 등 부가서비스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통신프리텔의 홍보실 주임인 이현정씨는 회사측의 권유로 016 음성안내 도우미로 나선 경우. 하지만 016과 018 모두 전화가 연결되지 않을 때 처음 나오는 목소리는 이재경씨의 것이다.

친구들은 이들에게 호출기에 인사말을 녹음해 달라고 졸라대지만 정작 자신들의 호출기에는 음악을 녹음해 둔다.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딱딱한 자신들의 목소리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을 선사하고 싶어서라나.

어느새 2천만인의 연인이 돼버린 그들. “지금 전화기를 들고 우리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이젠 우리 목소리가 좀더 친근하게 들리지 않나요.”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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