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 기술연구소. 윤길영(尹吉英·57)연구원이 반짝이는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듣고 있던 연구소간부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발명왕’으로 통하는 윤씨는 모든 것을 꼼꼼히 관찰하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이를 개선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윤씨는 최근 대우그룹 창사 32주년 기념식에서 자동각도조절플랜지 용접장치를 개발하고 1백여건의 특허를 출원한 공로로 ‘대우그룹 발명왕상’을 받았다.
윤씨는 81년 대우조선에 입사한 뒤 특허와 실용신안, 의장 등 50여건의 특허를 출원해 92년 ‘대우 발명왕’으로 선정됐고 이를 계기로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학력은 중졸(부산 해동중). 대부분 석사 또는 박사인 연구소 직원 1백70명 중 중졸은 윤씨 한명뿐이다.
그는 몇해 전부터 오른쪽 눈 망막에 이상이 생겨 안대를 하고 있으나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9남매의 맏이인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61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20년을 근무한 뒤 대우조선으로 ‘배’를 갈아탔다.
윤씨는 “퇴직할 때까지 현장경험을 살려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인 김덕재(金德齋·49)씨는 “남편은 길을 가면서도 이것저것 관찰하느라 내 얘기는 듣지도 않는다”며 “어떤 때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한가지 일에 몰두한다”고 말했다.
〈거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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