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서울대 대학 내 기관장급인 규장각 관장에 취임하는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鄭玉子·57)교수의 다짐이다.
규장각은 조선왕조실록 등 국보급을 포함한 18만여권의 고서와 5만여장의 고문서 1만8천여장의 고목판을 소장하고 있으며 학예사 등 정규직원만도 20여명이 넘는 ‘국학(國學)의 보고(寶庫)’.
“한국사를 살펴보면 3세기마다 문화 부흥기를 맞게 됩니다. 15세기 세종 18세기 영 정조시대, 다음은 21세기입니다.”
정교수는 그러나 규장각의 연구를 국학으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학 철학 등 모든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을 아우르는 협동과정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장각을 통해 분화되고 편파적인 전문 학문분야들을 엮어 함께 상승작용할 수 있도록 연구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정교수는 최근 인문학의 위기와 관련, “실용학문을 중시하며 기초학문을 소홀히 하는분위기속에중책을 맡게 돼 부담스럽다”면서도 “울타리에 안주해 왔던 기초학문연구자도철저한자기반성을 통해 사회와 민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평생 우리 역사와 문화에 바친 정열 때문일까. 온화한 미소 속에 또박또박 이야기를 풀어가는 정교수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깊게 배어 나왔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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