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뉴질랜드 총리 남편 버튼 시플리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뉴질랜드에선 많은 남자들이 스스로를 ‘키위 허즈번드(Kiwi Husband)’라고 부른다.

‘아내의 개인 생활을 존중하고 가사를 열심히 돕는 남편’이라는 뉴질랜드인들의 고유한 표현이다. 회사에서 갑작스레 야근을 요구할 경우 아내에게 ‘허락’부터 받는 남편들을 뉴질랜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20일 한국을 찾은 버튼 시플리(47)도 전형적인 ‘키위 허즈번드’. 아내의 ‘바깥 생활’을 철저히 ‘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는 다름아닌 뉴질랜드 총리 제니 시플리. 버튼 시플리는 정상회담차 방한한 아내를 따라 왔다. 아내가 87년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하자 그는 많은 시간을 가사에 할애했다. 처음 3년 가량은 자녀양육을 전담하며 ‘전업주부(專業主夫)’ 생활을 했을 정도.

그는 “뉴질랜드에서는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인구 절반의 능력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는 말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뉴질랜드는 약 100년전 세계 최초로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됐을 정도로여권이신장된 나라”라고 소개했다. 총리와제1야당 당수가 여자이며 의회 의석 120석 가운데 27석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라는 것.

버튼 시플리는 캔터베리양록인협회 회장을 지내 최근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녹용의 70%를 수입해가는 한국이 경제위기를 당하자 지난해에는 97년에 비해 매출액이 64%나 줄어들었기 때문.

그런 관심 때문에 그는 21일 오후 내내 서울 경동시장과 한의원을 둘러보며 한국의 녹용시장을 직접 살피고 다녔다. 그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녹용을 복용해왔다”며 “녹용은 특히 관절염과 기억력에 좋다”고 적극적인 선전공세를 펼쳤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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