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아들출산 이어 '性소설' 출간 유미리

  • 입력 2000년 2월 21일 23시 31분


유부남의 아이를 가져 화제를 뿌렸던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31)씨가 최근 아들을 낳은 데 이어 남녀관계를 적나라하게 그린 소설 ‘남자’를 내놓아 그의 향후 작품세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씨는 일본 주간지 ‘슈칸(週刊)포스트’에 임신사실을 알리는 수기를 통해 “미혼모의 길을 가겠다”고 했던 대로 지난 달 17일 도쿄시내 한 병원에서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유씨는 출산 한달여 만에 ‘가족’을 주제로 한 한 TV프로그램에 나왔다. 그는 “낳은 지 사흘동안은 왠지 두려워 내 아이를 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낳았다고 저절로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좋은 엄마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또 ‘가족은 당신의 삶에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서로 마음이 안 맞더라도 가족의 끈끈한 유대는 내 안에 무언가를 남기게 될 것”고 말했다.

유씨의 새 작품 ‘남자’는 남녀간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다룬 이른 바 성(性)소설. 눈 귀 손톱 엉덩이 입술 손가락 등 신체의 각 부분에 대해 남녀가 어떤 성감을 갖는지, 감정의 섬세한 흐름을 차곡차곡 묘사했다.

유씨는 작품 속에서 가족 간의 갈등을 주로 다뤄와 성적 상대로서의 남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먼 것처럼 보여왔다. 그는 주인공의 말을 빌려 “남녀간의 성관계를 그린 소설을 써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서야 비로소 남자에 대해 무심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를 낳은 데 이어 성적 상대로서 남자를 속속들이 파헤치는 소설을 내놓음으로써 그의 ‘가족’개념 속에 아이와 남자가 함께 자리잡게 됐다. 10대에 가출과 자살미수, 20대에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 30대에 미혼모가 된 유씨에게 일본 문단은 폭넓은 작품세계를 기대하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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