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사각링 승부 즐기는 '돌주먹의 공부벌레들'

  • 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창백한 인텔리라고…. 헛소리 마라.’

서울대생 2명이 23일 열린 제 53회 전국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두 체급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거머쥔 것.

이 ‘수재 복서들’은 서울대 미대 조소과 99학번 김동범씨(21)와 자연대 기초과학계 99학번인 이현우씨(21). 왼손잡이로 레프트 카운터가 일품인 김씨는 웰터급 결승에서 판정승을 거둬 금메달을, 저돌적 인파이터인 이씨는 페더급에서 RSC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먹’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권투에 입문한 계기는 지난해 4월 새내기때 서울대 복싱 동아리(코치 장광일·32·서울대 생활복지조합 직원)에 가입하면서부터.

김씨는 “호기심에 복싱동아리 문을 두드렸다”며 “복싱은 건강과 용기, 인내력을 얻는데 최고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사각 링은 고사하고 연습실마저 없어 동아리 동료 20여명과 함께 서울대 체육관내 태권도실이나 검도실, 복도 등에서 연습하며 눈칫밥을 먹어야 했지만 권투는 신바람 나는 운동이었다.

코치 장씨는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평일 저녁시간과 방학 때에만 짬짬이 운동하는 만큼 이번에는 1승이라도 거두자는 게 목표였다”며 “이번 대회에 6명이 출전해 금메달 은메달 외에 동메달도 2개를 따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취미로 시작한 만큼 프로 진출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이 ‘수재 복서’들의 다음 목표는 올 7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서울대-일본 도쿄대 간의 첫 친선 복싱교류전에서 승리하는 것. 김씨는 “출발이 좋은 만큼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대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복싱동아리 연습실을 마련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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