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전역 3개월 앞둔 千世萬 5공수 부여단장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58분


“분단의 아픈 짐을 더 이상 후손들에게 넘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가슴에 담아 불러 봅니다.”

25일 서부전선 오두산 전망대에 서서 ‘북에 전하는 글’을 읽어 내려가는 천세만(千世萬·52·갑종 225기)대령의 목소리는 힘이 있으면서도 약간 떨리는 듯 했다. 5공수 특전여단의 부여단장으로 전역을 3개월 앞두고 휴전선 155마일 답사를 마친 자리에서였다.

그는 32년간의 군생활 중 만26년을 특전부대에서 보내 현역장교 가운데 최장기간 특전사 근무경력을 가진 ‘특전맨’. 중대장 대대장 참모장 부여단장을 모두 특전사에서 거쳤다.

7월말 전역하는 그는 통일을 보지 못하고 전역하게 된 아쉬움을 달래고 조국수호의 강력한 의지를 후배 장병들에게 전하기 위해 아들 천인범(千仁範·21·육군훈련소 근무)상병과 함께 10일부터 휴전선 답사에 나섰다.

천대령은 천리행군을 20회(8000㎞)나 실시한 노장답게 동부전선 통일전망대를 출발, 철책선 155마일을 대부분 걸으면서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에게 자신의 군 생활을 얘기해 줬다. 그리고 퇴직금을 털어 주요 경계초소(GP)에 탈수기 83대를 기증했다.

“아들의 꿀맛 같은 휴가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하다”는 그는 이번 휴전선 답사기를 그동안 틈틈이 써온 진중시와 함께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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