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아이작 스턴, 교장선생님 43명 특별 레슨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44분


세계적으로 이름난 바이올린의 거장 아이작 스턴(79)의 이마에 구슬땀이 흘렀다.

걸출한 제자들을 수없이 배출했지만 오늘처럼 가르치기 어려운 제자들도 없었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모인 43명의 학생들은 다름 아닌 뉴욕 시내 공립학교의 교장선생님들.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려놓으세요.”

스턴이 친절하게 시범을 보이지만 바이올린을 오른쪽 어깨에 잘못 얹어놓고 “안된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다.

이날 스턴이 교장선생님들을 상대로 특별 레슨에 나선 것은 학교운영의 중심에 있는 이들에게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우쳐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 나이에 웬 바이올린?”

이 레슨에 반 억지로 참여했던 ‘학생’ 교장선생님들도 차츰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의 레슨이 끝나갈 무렵 스턴이 ‘래시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독일민요를 먼저 연주하면 끝소절을 따라할 수준이 됐다. ‘학생’들은 한번만 더 연주하자고 조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지는 11일 스턴의 이색적인 특별 레슨 광경을 소상하게 전하면서 한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교장선생님들에게는 이날 레슨이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느낄 기회였다”고 보도했다. 스턴은 “음악이야말로 내가 아는 한 교육의 진정한 정수”라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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