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이스라엘 국가원수로 재직한 에제르 바이츠만 대통령(76)이 2003년까지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3일 퇴임했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바이츠만은 이스라엘 공군을 창건한 건군(建軍)의 영웅으로 이후 공군사령관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을 역임하며 이스라엘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중 유대계 프랑스인 기업가 에두아르드 사루시로부터 35만달러의 ‘선물’을 받은 사실이 지난해 말 밝혀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견디다 못한 그는 11일 사직서를 아브라함 부르그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바이츠만은 이날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비서실 직원들에게 “일생 동안 여러 곳에서 이임사를 했지만 오늘이 마지막 이임사를 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푹 잠을 자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간단한 이임식을 마친 뒤 수백명의 어린이가 국기를 흔드는 가운데 관저를 떠나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카이자리아에 있는 자택으로 향했다.
그의 인생에 오점을 남긴 뇌물 스캔들이 끝내 마음에 걸린 듯 “좋았던 일은 기억하고 나쁜 일은 잊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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