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행로―망국노의 아들’이란 제목의 이 수기는 일본에 끌려가 온갖 멸시와 천대 속에 겪었던 인간 이하의 노동을 강요당한 일 등을 소상히 그리고 있다. 더욱이 그는 60세가 넘어 한글을 익혀 이 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문에서 “글이란 묘한 것이어서 한 자 두 자 익혀가고 차차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자 글을 몰랐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세계가 내 앞에 펼쳐졌다”며 “일제침략자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재일교포 1세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수기를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경남 통영 출신의 김씨는 일본으로 끌려간 뒤 선원 광부 군무원 등 일을 하며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겼다. 광복 후 오사카제철소에서 일하다 척추와 다리를 다쳐 불구가 됐으며 60세 때인 74년말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갔다.
그는 북한에 가기 전 일본 조총련이 운영하는 성인학교에 다니며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가 허옇게 돼 글을 배우자니 쑥스럽고 창피했지만 한평생을 청맹과니로 보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글을 깨친 그는 역사 정치 문화 등을 배웠으며 이후 20여년간 매일 ‘오늘의 학습작문’이란 제목으로 일기를 썼다. 몇 년 전 수기 집필에 들어갔다. 그가 수기를 쓴다는 소문을 듣게 된 백현우 등 북한 유명작가들이 집필을 도왔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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