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北 세계최장신 이명훈, NBA 진출길 열려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35분


‘가만히 서 있어도 림(농구 골대·305㎝)이 손에 닿는 사나이.’ 북한의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센터)인 이명훈(235㎝)의 미국 프로농구(NBA) 진출 길이 보이고 있다.

미국은 24일 96년 이후 NBA행을 타진해 온 그에게 걸림돌로 작용해 온 대(對)북한 제재조치를 해제할 뜻을 시사했다.

북한을 방문한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마이클 리(이명훈의 영어이름)가 수입을 송금할 수 있게 허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먼저 그는 취업비자를 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24일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에게 NBA의 전설적인 스타 마이클 조던이 사인한 농구공을 건네면서 “때로는 스포츠가 관계 개선을 반영하는 도약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NBA 진출은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를 탈 때마다 거론됐으나 적성국에 송금을 금지하는 미국의 적성국교역법 때문에 번번이 좌절됐다. 시카고 불스, 올랜드 매직 등 유수의 NBA 농구팀은 이 선수의 잠재력과 상품가치를 인정해 스카우트에 관심을 보여왔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당시 그의 ‘몸값’이 100만달러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NBA 진출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4년여 전인 96년 8월. 에버그린 스포츠사가 대만 존스배에 출전한 그를 캐나다 오타와로 초청했던 것. 당시 그는 캐나다 대표 출신 잭 도너휴의 지도 아래 6주간 특별훈련을 받으며 몇 개 농구팀과 협상을 벌였으나 문제의 법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98년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자 다시 NBA행이 거론됐지만 같은 해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무산됐다.

이선수는 최근까지 캐나다에서 훈련을 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현대 주최로 열린 남북통일 농구시합에도 출전한 바 있다.

<최영훈기자>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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