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370억대 작품 기증한 재미화가 김보현씨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52분


4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간 80대 노(老)화백이 평생을 바쳐 그려온 작품과 뉴욕 맨해튼의 건물 등 시가 370억원 상당의 재산을 광주 조선대에 기증했다.

김보현(金寶鉉·83)화백은 최근 뉴욕을 방문한 조선대 양형일(梁亨一)총장에게 이같은 뜻을 밝히고 기증서에 서명했다. 김화백이 내놓은 재산은 그의 예술혼이 담긴 그림 340여점(시가 170억원)과 조각가인 부인과 함께 화실로 사용하고 있는 맨해튼 라파예트가의 8층 빌딩(시가 200억원).

그가 이런 큰 재산을 조선대에 기부한 것은 해방 직후 10여년간 조선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인연 때문. 경남 창녕 출신인 김화백은 1946년 조선대 설립과 함께 교수로 부임해 예술대학 초대학장을 지내는 등 후학양성에 힘썼다. 그러나 48년 여순(麗順)사건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좌우익 모두로부터 ‘공산주의자’ ‘친미주의자’로 몰리다 55년 조국을 떠났다.

현대미술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뉴욕에 정착한 그는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명성을 얻어 동서양 사상을 조화시켜 현대회화를 새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화백은 “고국에 있는 미술학도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고 일반인들이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 아내와 함께 작품 등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대는 김화백 부부의 이름을 딴 ‘김보현―실비아 월드미술관’을 교내에 설립해 기증작품을 전시하고 맨해튼의 건물은 학생들의 연수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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