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금융스캔들을 소재로 한 영화 ‘쥬바쿠’에서 그는 부정부패에 맞서 개혁을 주도하는 은행 중간간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를 기획할 당시 일본 경제가 어려워 도산하는 회사가 속출했고 자살하는 샐러리맨도 많았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영화다. 한국 관객에게도 이 영화가 ‘그래, 나도 한 번 해보자’는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
그는 97년 일본 열도를 뒤흔든 흥행작 ‘실낙원’과 같은 해 미국에서 개봉돼 1000만달러를 번 ‘쉘 위 댄스’, 또 같은 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우나기’ 등에 출연한 뒤로 전세계에 일본을 알리는 ‘일본 영화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엉뚱하게도 그의 성(姓) 야쿠쇼는 ‘구청’이라는 뜻. 고교 졸업 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청에서 토목부 서기로 4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아예 예명으로 삼았다. 친근하고 가족적인 이미지로 한국 배우 안성기와 자주 비교되는 그는 “희한하게도 안성기씨와 혈액형(AB), 생일(1월1일)이 모두 같다고 들었다. 함께 출연한 영화 ‘잠자는 남자’ 포스터를 본 어머니가 안성기씨를 나로 착각할 정도”라며 독특한 인연을 신기해 했다.
접근하기 어려운 스타보다 예명처럼 편안한 이웃 같은 이미지가 훨씬 강한 그의 소망은 ‘따뜻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
“일본의 뉴스를 보면 살인 같은 비참하고 과격한 일들이 너무 많다. 배우이기 이전에 영화 팬으로서 더 이상 사람들이 죽지 않고 행복해지는 영화, 따뜻한 영화에 가급적 많이 출연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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