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 채택 반대운동에 나선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역사학) 스루가다이(駿河台)대 교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다는 것은 일본이 법치국가로서의 위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라이 교수는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교과서 검정제도 자체에 반대해 왔다”면서 “최근 검정제도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고 믿어왔는데 이번 일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다면 문부과학성이 지금까지 애써 만들어온 검정제도를 스스로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라이 교수는 한국 중국 등에서 왜곡 역사교과서 비판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독일에도 교과서 검정제도가 있지만 ‘반나치법’이라는 것이 있어 나치를 찬양하는 교과서는 절대로 검정을 통과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91년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당시 총리가 역사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고 “내부 반발 때문에 이 약속이 실현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일본 지식인들이 문제의 교과서에 대한 반대운동을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감이 없지 않다”고 인정하면서 “이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 상당수 중학교가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문제의 교과서를 일선 중학교가 채택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분출될 것이 틀림없다”면서 채택단계에서의 반대운동이나 통과 후 재검정 요구 등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아라이 교수는 “교과서에 거짓말을 쓰는 나라, 특히 이웃국가에 대해 거짓말을 쓰는 나라는 망한다”는 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교과서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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