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유럽3强 신사회주의 지도자 명암…獨 슈뢰더 맑음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52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맑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흐림’,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먹구름’. 1997, 98년 신(新) 사회주의 열풍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유럽 3강 지도자들의 명암이 요즘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잘 나가는 지도자는 슈뢰더 독일 총리. 98년 10월 총리에 취임한 그는 4년의 임기 중 18개월째를 맞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일을 유럽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가로 변모시켰다는 게 그 이유. 독일 언론들은 그가 독일의 새 모습을 세계에 각인시켰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안으로는 녹색당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보장 축소를 통한 공공지출 억제 정책 등을 차분히 진행시키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해 다른 유럽국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또 미국이 기후협약에 관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겠다고 하자 지난달 29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탈퇴 철회를 촉구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다.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러시아 정부의 언론탄압을 정면으로 거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국제사회에서 ‘할 말은 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슈뢰더 총리가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지금의 추세라면 재선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97년 5월 보수당의 18년 집권을 종식시키고 ‘제 3의 길’을 표방하며 지구촌에 신사회주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블레어 영국 총리는 요즘 구제역 때문에 죽을 맛이다.

구제역 피해가 급증하고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민심이 급속히 흉흉해졌다. 늑장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야당과 농민들의 비난 때문에 그는 5월 3일 강행하려던 총선을 6월 7일로 연기하기까지 했다.

18일 현재 1367건의 구제역이 신고됐으며 영국 전체 가축의 절반 가량이 구제역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농가의 피해액은 30억파운드(약 6조원), 관광업계 피해액은 50억파운드(약 1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

여기에다 경제 전망까지도 좋지 못해 총선을 앞둔 그로선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집권 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집권 사회당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파리와 리옹을 제외한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우파에 패배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영철도(SNCF) 노조의 파업은 2주째로 접어들었다. 일부 유통업체와 식품업체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달 초엔 남미 방문길에 전용기 내에서 수행기자들에게 폭언을 한 사건으로 언론사들로부터 집단으로 항의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그는 급기야 18일 대국민연설로 반전을 모색했다. 하지만 르몽드 등 유력 언론과 야당, 심지어 녹색당까지도 “조스팽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등을 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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