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외상은 8일 “외무성을 개혁하기 위해 곧 인사를 단행하겠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것이며 책임 질 사람에게는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일갈했다. 장관이 인사를 주관하겠다고 한 발언은 정부 부처 인사는 사무차관이 맡아온 관행에 익숙해진 일본 관료 사회에는 충격이다.
다나카 외상은 자신의 뜻에 거슬러 인사 담당자가 고데라 지로(小寺次郞)전 러시아과장을 영국 공사로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격분했다.
고데라 전 러시아과장은 러시아와의 현안인 북방 4개섬 반환 문제와 관련, 자민당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와 다른 의견을 주장해온 인물. 그는 두 개 섬은 먼저, 두 개 섬은 나중에 돌려받아도 된다는 하시모토파 견해와 달리 일괄 반환을 주장해왔다. 영국 공사 발령은 이에 대한 보복이었다.
다나카 외상이 입각 후 “고데라 전과장은 중요한 인재이므로 다시 러시아과장으로 쓰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인사 담당자는 “이미 발령이 났다”며 7일 그를 영국으로 보내 버렸다. 다나카 외상은 8일 이 소식에 격노했으며 즉시 고데라 전과장을 일본으로 불러들였다.
다나카 외상은 이날 외무성 관료에 대해 “국내에서는 출세 경쟁으로 ‘샐러리맨’, 외국에 나가면 특권계급 행세를 한다”며 비판했다. 또 장관실에 세계 지도와 외국 신문조차 없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전임자들의 업무 자세를 비판했다.
다나카 외상은 이날 예정됐던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을 ‘격이 맞지 않는다’며 취소했다. 부장관이 만나면 된다는 것. 그렇지만 아미티지 부장관은 조지 W 부시대통령의 특사인 만큼 그를 만나지 않은 것은 외교 문제로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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