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먼 친척이기도 한 그는 스페인으로 망명한 뒤 사업가로 성공했으나 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꿔 왔다. 98년엔 귀국에 대비해 스페인에 있던 모든 재산을 불가리아로 옮기기도 했다.
올해 들어 집권당인 민주세력동맹(UDF)에서 탈퇴한 자신의 지지자들이 신당인 ‘민족운동 시메온Ⅱ’를 창당하자 그는 4월 급거 귀국해 곧바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선거공약으로 동구권의 사회주의체제 붕괴 이후 계속되고 있는 빈곤 타파와 부패 척결을 내세워 특히 서민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번 총선 승리로 그가 정치 일선에 나설지 아니면 집권당의 막후 실력자로 남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그의 등장은 ‘전 국왕의 화려한 권력 복귀’라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그의 승리에 가장 고무된 인물은 알렉산더 카라조르제비치 유고 전 왕세자(55). 1945년 11월 요시프 티토 전 대통령의 공산혁명으로 태어난 지 수개월 만에 망명길에 오른 그는 영국과 미국을 전전하다 지난해 10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이 몰락하자 귀국했다.
카라조르제비치 전 왕세자는 유고의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뒤 최근 왕정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세력 규합에 나서는 등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 루마니아의 미카엘 전 국왕(77)도 이달 루마니아를 방문해 이온 일리에스쿠 전 대통령과 만나 화해를 모색하는 등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47년 루마니아에 공산정권이 수립되자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97년 루마니아 시민권을 되찾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있는 알바니아 전 국왕의 아들 레카 1세(56)와 프랑스 파리에서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몬테네그로의 니콜라스 페트로비치 전 왕세자(47)도 귀국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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