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와히드 '외유병' 아무도 못말려

  • 입력 2001년 6월 19일 18시 48분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외유병’이 또 도졌다.

알위 시하브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18일 “와히드 대통령은 예정대로 24일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순방에 오른다”고 밝혔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다녀온 지 불과 3개월여 만의 외유다.

와히드 대통령의 이번 호주방문은 99년 동티모르 독립이 결정된 이후 파견된 국제 평화유지군의 주축이 호주군인이란 점 때문에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 양국 사이 해역의 유전 개발에 관한 문제도 협의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순방 강행 방침이 알려지자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물론 일반인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교활동 목적이 아닌 국내의 복잡한 정국에서 벗어나려는 현실도피 성격이 짙다는 것.

와히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독립을 요구하는 아체주 등지에서 유혈사태가 나거나 정국이 혼란해지면 훌쩍 외국 방문에 나서곤 했다. 취임 이후 19개월 동안 순방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무려 50여 개국.

이번 순방 역시 탄핵을 결정할 수 있는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가 8월1일 예정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 ‘와히드 대통령은 도대체 국정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협의회는 대통령의 잦은 외유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은 적이 있다. 지난해 8월 총회에서 국민협의회 의원들은 “와히드 대통령이 산적한 국내 문제는 뒤로 한 채 외국을 너무 자주 방문한다”고 성토했을 정도.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바 방문을 강행했다. 도중에 전용비행기가 미국 공항에서 중간급유를 받으려 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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