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냉철하고 단정한 역만 맡아 온 할리우드의 지성파 흑인 스타 덴젤 워싱턴이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트레이닝 데이’에서 야비하고 부패한 마약수사 전문 형사 로 180도 변신했다.
2일(현지시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리도 섬 엑첼시오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인간이 가진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 때문인지 관객들은 악당도 좋아한다. 배우 입장에서도 착한 역보다는 악한 역을 연기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며 악역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트레이닝 데이’는 원칙과 양심을 지키려는 신참 형사가 전입 첫날 부패한 고참 형사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가장 위험한 우범지역에서 24시간 동안 마약 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
그는 이 작품에서 욕설을 내뱉고, 음주 운전을 하고, 신참 형사에게 마약흡입을 강요하고, 증거물인 마약대금의 일부를 빼돌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피의자를 살해하기까지 한다. “나의 경우 시나리오를 읽는 속도와 배역에 대한 확신은 비례한다”며 “‘트레이닝 데이’의 경우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연기 변신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있다”고 묻자 “내 직업은 연기를 하는 것이고, 15파운드의 트로피(오스카상을 지칭)를 누구에게 줄지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의 직업”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그는 감독 데뷔를 위한 첫 영화 ‘파인딩 피시(Finding Fish)’ 준비에 한창이다.
<베네치아〓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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