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중-고입 검정고시 잇단 합격 타이틸란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0분


“이를 악물고 공부했어요.”

올해 5월과 8월 중입 및 고입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한 베트남 하노이 출신 타이틸란(한국명 박세란·28·여·경북 구미시 도량동). 경북 구미시에 있는 검정고시 전문 야학인 구미상록학교에 올 4월 입학해 불과 3개월20일 만에 중입과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처음 일을 시작한 전북 남원의 목기(木器) 공장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4개월치 월급을 그냥 날리고 말았습니다. 참 서러웠어요. 외국에서 온 산업연수생을 무시하는 주위의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떳떳하게 대학을 다니면서 제자리를 찾고 싶어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는 94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뒤 96년 7월 구미시로 와 섬유공장에서 4년가량 일하기도 했다.

“연수생으로 오기 전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한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어요. 한국사람은 무서우니까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함께 연수생으로 들어왔던 10명은 견디다못해 모두 베트남으로 돌아갔습니다. 나 자신도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방황했어요.”

그는 95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뒤 이듬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지금은 내년 4월로 예정된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느라 책과 씨름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해 베트남과 한국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국에 올 때는 산업연수생이란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훗날 떳떳한 모습으로 하노이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습니다.”

<구미〓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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