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패션기업인 베네통의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66)이 유엔이 정한 ‘2001 세계자원봉사자의 해’에 맞춰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세계백화점 아트리움에서 열리는 베네통 자원봉사 캠페인 사진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21일 서울에 왔다.
에이즈 인종차별 등을 주제로 한 원색의 파격적인 광고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루치아노 회장은 이번에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같지 않은 자원봉사자’를 캠페인 광고에 등장시키는 기획으로 시선을 끌었다.
문신이 가득한 엘살바도르 출신의 전 폭력 조직원은 폭력추방을 위해 전직 폭력배들을 모아 자선모임을 만들었고 과테말라에서 윤락여성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트랜스 젠더’ 여성은 여성단체에 가입해 거리에서 콘돔을 나눠주거나 에이즈 방지를 위해 동료 윤락여성들을 계도한다. 또 민족분쟁 때문에 파키스탄으로 이주한 아프가니스탄 미용사는 마을에서 장애인을 돌보고 있으며 미국의 70대 할머니 5명은 탭댄스그룹을 만들어 양로원과 병원을 돌아다니며 위문공연을 갖는다.
루치아노 회장은 “내가 벌이는 캠페인이 동양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철저히 각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스타일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85년 이래 10여차례나 공식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루치아노 회장은 “인간미가 살아있는 한국이 좋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친한파이다. 이번에는 “10년 새 한국 여성들의 패션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투자유치를 위한 시장조사차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는 그는 “북한의 기아퇴치를 위해 캠페인을 벌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같이 일해 볼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기회를 미루고 있다”고만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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