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요리사가 된 日 전직 법원장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5시 53분


"제2의 인생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여든살까지는 요리에 인생을 걸어보렵니다"

일본 오사카(大阪)고등법원장 출신으로 법원 앞 선술집 파루 를 운영중인 오카모토 겐(岡本健·69)은 요리의 즐거움에 빠져 산다. 그는 "법정에서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만든 음식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라며 변신의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8년전 법원을 떠나 조리사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설마 했었다. 그러나 1년동안 18세 안팎의 젊은이들과 함께 요리를 배우면서 그는 새 인생에 눈을 떴다. 졸업생 400명 가운데 최우수성적으로 학교를 마친후 4개월 동안 다른 음식점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금의 가게를 연 것은 7년전. 회나 생선조림 굴튀김 등 안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시험삼아 만든 요리들이 인기를 끌면서 메뉴가 40가지로 늘어났다. 단골은 판사 등 동료 후배가 많지만 그의 요리솜씨에 이끌려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12평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은 부인과 종업원 1명이 전부. 가게는 오후 5시에 문을 열지만 생선이나 야채를 직접 손질하며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는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해야 하는지 처음 알게됐다"고 말했다.

<오사카=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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