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인 데보라 앤 머지웨이(32). 디비(Debbie)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하반신이 없다. 다른 사람이면 허벅지가 있어야 할 부분에 그저 조그만 흔적만이 남아 있다.
그에 관한 책 ‘천상의 사랑’의 출간을 기념해 부산의 벤처기업 아이유텍의 초청으로 20일 한국에 온 디비는 22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있는(confident)’과 ‘독립적인(independent)’이란 두 단어를 즐겨 썼다.
태어난 이후 두 팔에 의지하며 살아 온 그였기에 모든 장애인들에게 이 두 가지 단어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엄마는 저를 다른 형제들과 똑같이 대하셨죠. 집안 청소도 똑같이 분담했는데 저는 언제나 욕실과 화장실 청소를 했어요. 두 손으로 닦기만 하면 되니까 가장 쉬웠죠.”
장애인 복지가 뛰어난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는 그도 어릴 적 괴물 보듯 쳐다보는 시선에 질리기도 했고 사춘기에는 자신의 몸을 원망도 했다.
이런 그를 구원한 것은 바로 어머니, 하느님, 그리고 전 남편이었다.
“엄마에게서는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웠어요. 하느님은 방황하던 청소년기에 가장 큰 의지처였고 98년 사망한 남편은 제 삶에 영감 그 자체였습니다.”
99년 재혼한 뒤 현재 뉴질랜드 오클랜드주 보건부 산하 장애인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장애인 복지가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예산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것.
“저 같은 사람을 위한 싱크대가 필요할 때 돈만 생각하면 예산 부족으로 못 만들어 준다고 하죠. 하지만 제가 올라서고 이동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주면 되는 일이랍니다.”
그는 21일 경기 광주시 삼육재활센터를 찾아 장애아동들과 얘기를 나눴으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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