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빨리 들어가요.” “언니, 저랑 같이 놀아요.”
파란 눈의 키다리 아저씨 아줌마들이 고사리손에 이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빨간 옷에 흰 수염을 붙인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아이들에게 떠밀리다시피 문안으로 들어갔다.
성탄절을 보름여 앞둔 이날 선물과 성금을 들고 75명의 원생들을 찾은 외국인들은 ‘부츠 클럽’ 회원들.
이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외국인 전용 업소 ‘서울펍(Seoul Pub)’ 단골들로 모임 이름은 이곳에서 매일 밤 열리는 독특한 게임인 ‘부츠 클럽’을 따서 지었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부츠 모양으로 생긴 커다란 맥주잔 하나를 놓고 차례로 주사위를 굴려 지정된 숫자가 나오면 마실 수 있는 분량만큼 맥주를 마시는 놀이다. 술값은 부츠잔을 비운 사람 바로 전에 마셨던 사람이 낸다.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부츠 게임을 즐기던 이들은 98년 아예 부츠 클럽을 만들고 가게 주인과 의기투합해 술값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모아 한해에 두 번씩 구세군 후생복지학원을 돕고 있다. 1700㏄ 분량의 부츠 한 잔이 8000원이고 이중 1000원이 기금으로 모인다. 또 회원이 된 정표로 구입하는 부츠가 새겨진 기념 주화(7000원)와 티셔츠(2만5000원), 모자(1만원) 판매 수익금도 기금에 보태진다.
성탄절을 한달 정도 앞두고는 회원들과 업소를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원아들을 위한 선물을 모아 성금과 함께 전달한다.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출신으로 그동안 부츠클럽을 거쳐간 회원들은 1042명.
98년 모임 결성 때부터 참여해온 토니 브라운(53·하이닉스 반도체 회사원)은 “성탄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게 돼 이방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창립 이후 올해까지 부츠 클럽이 구세군 후생복지학원에 전달한 기금은 1550만원.
김형길 원장은 “아이들은 선물보다 함께 어울려 놀아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외국인들의 나눔의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일반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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